일 할 때 나의 문제점
몇 년 전까지의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주변의 평가로도 일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성실한 편이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기도 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실수하는 나 자신이 싫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우당탕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거기다 좀 우습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는 소리 듣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모든 것이 귀찮아졌습니다. 회사에 어떤 애정도 없고, 업무에 대한 열정도 없어졌습니다. 커리어는 "개나 줘버려"라는 심정이었죠. 솔직히 앞으로 몇 년 더 일한다고 해서 커리어에 발전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거기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직한 회사들은 업무 방식이 너무 구렸습니다. 매일 분노로 업무를 했죠.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더 나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모두를 설득하며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도 에너지 소모적인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저 제 선에서 일을 최대한 간편하게 처리할 방법들을 고안해 냈어요.
메크로는 사랑입니다.

제가 정말 자주 하는 말은 "나는 나를 믿지 않아. 엑셀을 믿어."랍니다.
저는 매크로를 사랑하고, 파이썬을 사랑합니다. 거의 대부분 이런 매크로 파일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버튼 한번 딸깍하면 자동으로 촤르르르르 파일을 생성하게 만들죠. (전 파일명도 매번 저장하는 게 귀찮아서 매크로를 씁니다)
코딩을 할 줄 몰라 파이썬은 조금 더 머리를 굴려야 했지만 그래도 엑셀의 영역을 넘어선 일들은 파이썬을 시킵니다. (PDF 파일을 열고, 그 안의 정보를 확인하고, 정리하고 하는 이런 귀찮은 일들은 파이썬이 정리하게 만들죠 파이썬은 정말 신이었고, 이래서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문제점
제가 일할 때의 문제점은 이거예요.
모든 것이 너무 귀찮아요!
하나하나 직접 제가 살펴볼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거죠. 일단 제가 한다면 분명히 어딘가에서 실수를 하게 될 거란 말이죠? 모든 걸 보는 게 귀찮으니까요! 그래서 전 모든 업무가 거의 자동으로 처리가 되면 좋겠어요. 굳이 제가 머리를 쓰지 않아도 착착착 완벽하게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귀찮은 일은 조금도 하고 싶지가 않아서, 딱 한 번만 데이터를 정확하게 입력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분류되고 처리되면 좋겠어요...
저는 이걸 효율성이라고 불러요. 저의 게으름과 유리손목은 최대한 일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니까요 ㅎㅎ
전 매일 아침 저 사진이 6개의 버튼을 모두 클립 합니다. 모두 매일 적용되어야 하는 "변수"라는 겁니다. 저 6개의 버튼을 제외하고도 매일 달라지는 처리해야 할 것들이 4개나 더 있죠... (이건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해서 매크로로 만들어야 할지 아직 몰라서 수동으로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인간이 설정해야 한다면 분명히 실수가 생깁니다. 애초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면 그건 업무 방식이 잘못된 게 아닐까요?
그런데 고인물들의 세상에선 이게 불편하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렇게 매크로를 만드는 것뿐이죠.
그리고 워낙 매크로를 맹신하고, 모든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에 매크로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실수가 나오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약간의 현타가 오고, 동시에 "일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환경"에 분노를 합니다. 어떤 시스템이냐에 따라서 분명히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텐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지.
게으름은 나의 문제지만, 업무 방식이 이런 건 회사의 잘못인 것이 분명합니다.